2026년 7월 8일 공개된 지식인사이드 '지식인초대석 합석' EP.9에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와 서은숙 상명대 교수가 함께 나왔다. 50분 내내 오간 얘기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금리가 시장을 꺾지, 기업 실적이 시장을 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무엇인가. 답은 먼 미래의 이익으로 값을 매기는 주식, 즉 성장주다. 이유는 감정이 아니라 계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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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가 먼저 흔들리는 계산상의 이유
주가는 기업이 앞으로 벌 이익을 오늘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이때 금리는 '기다리는 시간의 비용'이다. 오늘 받는 1만원은 바로 쓰거나 예금에 넣어 이자를 붙일 수 있지만, 10년 뒤 받는 1만원은 그동안 아무것도 못 한다. 그래서 금리가 높을수록 먼 미래의 돈은 오늘 가치로 더 크게 깎인다. 이 깎는 비율이 할인율이다.
성장주는 정의상 5~10년 뒤에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는 주식이다. 깎이는 구간이 길다는 뜻이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이미 돈을 벌고 있는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훨씬 크게 얻어맞는다. 서 교수는 국채 금리를 두고 "모든 금융자산의 저울"이라고 표현했다. 저울이 바뀌면 무게를 다시 재야 한다.
하나가 더 붙는다. 안전한 국채가 연 5%를 준다면 굳이 위험을 안고 주식에 있을 이유가 줄어든다. 밸류에이션이 깎이는 동시에 돈도 빠져나간다.
저금리가 안 돌아오는 이유, 기둥 세 개가 무너졌다
서 교수는 지난 30년을 "기적의 대안정기"로 불렀다. 저금리·저물가·저비용이 동시에 맞아떨어진 시기였고, 그걸 떠받친 기둥 셋이 지금 모두 흔들렸다.
| 기둥 | 과거 30년 | 현재(2026년 7월 기준) |
|---|---|---|
| 일본 초저금리 | 제로금리 자금이 세계의 ATM 역할(엔캐리) | 6월 16일 BOJ 기준금리 1.0%로 인상, 31년 만의 최고 |
| 중국 저임금 | 세계의 공장이 물가를 대신 잡아줌 | 고령화·임금 상승,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배제 |
| 세계화 | 가장 싼 곳에서 생산, 낮은 물류비 | 관세·리쇼어링으로 비용 구조 상승 |
여기에 국가 부채가 얹힌다. 각국이 성장보다 재정 살포로 양극화에 대응하면서 국채 발행이 계속 늘고 있다. 국채가 쏟아지면 장기 금리는 잘 안 떨어진다. 즉 지금 금리가 비정상이 아니라, 지난 30년의 초저금리가 비정상이었다는 뜻이다. 적응의 문제지 회복을 기다릴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금리 방향은 한국은행 금통위 인상 전망 정리 글에서 따로 다뤘다.
진짜 위험 신호는 인상이 아니라 '연속 인하'다
이 대목이 가장 서늘했다. 이선엽 이사는 금리 인상 초기엔 주가도 함께 오른다고 했다. 금리가 오르는 건 대개 경기가 좋아서고 절대 수준도 아직 낮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담스러운 레벨을 넘어선 뒤다. 이때부터 유동성도 경기도 눌린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갑자기, 그것도 연속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그건 시장의 끝을 알리는 신호에 가깝다. 통화정책이 실물에 미치는 시차가 5~6개월이니, 급하게 내린다는 건 6개월 뒤 침체를 예고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처음엔 호재로 받아들여 마지막 랠리를 만들지만, 그게 워닝 사인이다. 다만 한 번으로 끝나는 인하는 방향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긴급하고 연속적일 때가 문제다.
이미 벌어진 일: 유동성이 마르면 실적도 소용없다
이론이 아니라 지금 한국 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초 27조원에서 6월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올 상반기 반대매매만 3조1,525억원이다. 한국형 공포지수 VKOSPI는 6월 29일 96.94로 2009년 집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경고했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레버리지 ETF 비율이 0.80%로 코로나 때 전고점(0.76%)을 넘었다. 유동성이 빠듯한데 특정 종목만 달리면 어떻게 되나. 이선엽 이사 표현대로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일이 벌어진다. 실적 좋은 기업조차 팔려서 나락으로 간다.
| 구분 | 최근 한 달 수익률(6월 초 기준) |
|---|---|
|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 +23% |
| SOL 조선TOP3플러스 | -17% |
| PLUS K방산 | -22% |
얄궂은 건, 이선엽 이사가 탈세계화 수혜로 꼽은 산업이 바로 전력기기·조선·방산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공급망에서 배제되면 한국이 숨 쉴 공간이 생기는 업종들이다. 그런데 실적 논리가 맞아도 돈이 없으면 주가는 빠진다. 유동성 앞에서는 펀더멘털도 잠시 무력해진다는 증거다.
그래서 AI는 버블인가
서 교수는 AI를 둘로 나눴다. 1차 AI는 HBM·GPU·데이터센터·냉각·첨단 패키징처럼 지금 실제로 돈이 흐르고 매출이 나는 인프라 영역이다. 버블로 보기 어렵다. 2차 AI는 그 인프라로 앞으로 돈을 벌겠다는 응용·플랫폼·피지컬 AI다. 기대가 선반영될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2028~2030년 증설이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은 남는다.
이선엽 이사는 더 직설적이었다. 역사상 대부분의 버블은 밸류에이션이 말도 안 되게 비쌌는데, 지금은 실적이 뒷받침되고 밸류에이션도 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코스피 PER은 지난해 말 10.0배에서 6월 23일 8.0배로 오히려 낮아졌다. 그는 "주가가 싼데 버블이라 부르는 첫 사례"라고 표현했다. 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은 반도체 피크아웃 정리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다.
개인이 볼 신호등과 지켜야 할 선
서 교수가 제시한 거시 신호등은 다섯 개다. 미국 물가, 일본 금리와 엔캐리, 원달러 환율, 한국 반도체 수출, 가계부채와 부동산. 복잡한 모델을 외울 필요는 없다. 빨간불이면 속도를 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은퇴 세대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통상 은퇴 후 위험자산 비중은 30%를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인데, 한국은 오히려 40~50대 이상이 더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노후 소득이 부족하다는 불안과 상승장이 겹친 결과다. 소문을 듣고 빚내서 몰빵하는 건 거시적으로도 가장 나쁜 선택이다.
분명히 해둔다. 위 내용은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금리와 지수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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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 이익으로 값을 매기는 성장주가 먼저 깎인다. 할인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 저금리를 떠받친 세 기둥(일본 초저금리·중국 저임금·세계화)이 모두 무너져 고금리가 뉴노멀이 됐다.
- 위험 신호는 금리 인상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긴급하고 연속적인 인하다.
- 신용융자 38조6,328억원, 반대매매 3조1,525억원. 유동성이 마르면 실적 좋은 기업도 함께 빠진다.
- AI는 실제 돈이 흐르는 1차 AI와 기대가 선반영된 2차 AI로 나눠 봐야 한다.
자주하는질문(FAQ)
Q1. 고금리에서 왜 성장주가 더 위험한가?
A1. 성장주는 5~10년 뒤 이익을 기대하고 사는 주식이라 할인 구간이 길다. 금리가 오르면 그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크게 깎인다.
Q2. 금리가 내리면 주식을 사야 하나?
A2. 단정할 수 없다. 긴급하고 연속적인 인하는 6개월 뒤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인하의 성격과 지속성을 함께 봐야 한다.
Q3.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빠지는 이유는?
A3. 시장 유동성이 부족하면 투자자가 보유 종목을 팔아 주도주를 산다. 실적과 무관하게 매도 압력이 생긴다.
Q4. 지금 금리 수준이 정상인가?
A4. 서은숙 교수는 지금이 정상 금리에 가깝고 지난 30년의 초저금리가 예외였다고 본다.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적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Q5. AI 버블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나?
A5. 실제 매출과 자본지출이 확인되는 인프라 영역과, 기대만 반영된 응용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영역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경계 신호로 볼 수 있다.
참고 출처
- 지식인사이드 — 지식인초대석 합석 EP.9, 이선엽 X 서은숙 (2026.07.08)
- 파이낸셜뉴스 — 日 기준금리 1.0% 인상, 엔캐리 청산은 없었다 (2026.06.16)
- 한국경제 — 예고된 일본 금리 인상, 엔 캐리 시대 아직 안 끝났다 (2026.06.16)
- 파이낸셜뉴스 — 빚투·영끌에 몸살 앓는 주식시장, 한은 "금융불안 요인 우려" (2026.07.05)
- 파이낸셜뉴스 — 반대매매 3조, 현실이 된 '빚투'의 공포 (2026.07.02)
- 파이낸셜뉴스 — 변동성 최고치인데 치솟는 빚투, VKOSPI 96.94 (2026.06.30)
- 파이낸셜뉴스 — 38조 빚투에 반대매매 공포 여전 (2026.06.24)
- 머니투데이 — 원조 주도주 조선·방산 ETF 시들, 삼전닉스 쏠림 유탄 (2026.06.09)
- 서울신문 — 외국인 매도와 환율 1,545.2원, 금융위기 이후 최고 (2026.06.29)
- 아주경제 — [금통위 설문조사] 7월 만장일치 금리인상 전망 (2026.07.09)
- KB —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일본 금리 인상
- 한국은행 — 기준금리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