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뺏기면 안 되는 이유? 중국 현장 확인

2026년 7월 9일 공개된 SBS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에 권석준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직후였는데 그가 꺼낸 말은 축하가 아니었다. "D램 절대 뺏기면 안 됩니다."

2주 전 상하이 딥테크 현장을 직접 다녀온 뒤였다. 영상은 7월 7일 녹화됐고, 그가 경고한 일 중 일부는 그 사이 이미 현실이 됐다.

[버튼1|권석준 교수 중국 반도체 탐방기 원본 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WtRnV4r1fb8]



HBM을 만들수록 D램이 모자라는 구조

많은 사람이 HBM 공장과 D램 공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HBM은 D램을 쌓아 만든다. HBM 하나에 D램 유닛이 3~6개씩 들어간다. HBM을 많이 만들수록 범용 D램은 그만큼 못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아끼려고 저전력 D램(LPDDR)까지 빨아들였다. 스마트폰용으로 설계된 칩이 서버로 흘러간 것이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줄었으니 값이 폭발했다. 트렌드포스 기준 1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2분기에도 58~63% 올랐다. DDR4 8Gb 평균가는 2분기 말 21달러로 1년 전의 8배가 됐다.

청구서는 소비자에게 왔다. 애플은 맥북 값을 100~300달러, 아이패드를 100~200달러 올렸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800달러급 스마트폰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이 40%에 이른다.


애플이 중국산 D램을 찾기 시작했다

품귀가 얼마나 심하면 애플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메모리(CXMT) 구매 승인을 요청했다. CXMT는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권 교수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했다. 플래그십엔 못 넣어도 하위 기종에 중국산을 깔고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구분수치
1분기 범용 D램 가격전 분기 대비 +90~95%
2분기 범용 D램 가격전 분기 대비 +58~63%
DDR4 8Gb 평균가21달러(2분기 말) — 1년 전의 8배
스마트폰 원가 중 메모리 비중약 40%

다만 그는 선을 그었다. 미국이 허용해도 중국이 팔 것인가는 별개다. 중국 내부 수요도 폭증 중이라 CXMT 생산능력으로는 자국 수요조차 못 채운다.


상하이에서 본 것: 사람으로 데이터를 찍어내는 공장

권 교수가 다녀온 화웨이 상하이 R&D 센터는 부지만 20만 평, 인력은 3만 명이다. 작년까지 2만 명이었으니 1년 만에 1만 명이 늘었다. 통신·반도체·AI 모델·데이터센터까지 안 하는 사업이 없었다.


더 서늘한 건 휴머노이드 기업이었다. 체육관 같은 공간에 수백 명이 로봇과 짝을 이뤄 앉아 있다. 찻잎을 뜨고 뚜껑을 열고 물을 붓는 동작을 로봇이 인식하도록 아주 천천히 반복한다.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프레임 단위로 묶어 한 사람이 하루 10시간, 교대로는 20시간까지 찍어낸다. 그런 사람이 한 공장에 300~400명, 그런 공장이 전역에 열 곳이 넘는다.

로봇은 텍스트로 학습되지 않는다. 사람의 동작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건 인터넷에 없다. 없으면 사람 손으로 만든다는 게 중국의 답이었다. 권 교수의 질문은 단순하다. 중국이 1,000만 명을 붙일 때 한국은 50만 명을 붙일 수 있는가.


배터리에서 당한 일을 반도체에서 반복할 수 있다

여기가 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한국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중국의 두 배를 넘었다. 지금은 어떤가.

구분2026년 점유율(SNE리서치)
CATL40.2% (1~5월 누적)
BYD14.4% (1~5월 누적)
한국 3사 합산(LG엔솔·SK온·삼성SDI)15.6% (1분기)

CATL·BYD 둘만 합쳐 54.6%다. CATL 한 곳의 사용량(99.5GWh)이 한국 3사 합산(37.7GWh)의 2.6배다. 저부가라고 얕본 LFP가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타고 시장을 삼켰다. 권 교수의 경고는 이 그림이 메모리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부가라 얕본 D램이 사실은 캐시카우다

성숙 기술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현금을 뽑아주는 캐시카우라는 뜻이다. 중국은 HBM부터 덤비지 않는다. D램과 낸드부터 먹고 올라온다. YMTC는 낸드 격차를 거의 좁혔고, CXMT는 D램에서 2~3세대 뒤지지만 물량으로 밀어붙인다.

실제로 녹화 이틀 뒤인 7월 9일, CXMT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내고 IPO 절차에 들어갔다. 조달 목표 약 43억 달러(6조5,000억원), 청약은 7월 16일이다. 옴디아 기준 D램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4.7%에서 올해 1분기 7.6%로 뛰었다. 매출의 66.4%가 LPDDR, 31.9%가 DDR이다. 정확히 범용 D램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생산능력이 올해 말 월 35만 장으로 마이크론(38만5,000장)에 근접하고, 2028년에는 월 50만 장으로 세계 D램 공급의 17%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권 교수가 "곧 3등"이라고 한 건 점유율이 아니라 이 생산능력 얘기다. 업황 논쟁은 반도체 피크아웃 정리 글에서 따로 다뤘다.


답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다르게'다

한국의 답은 무엇인가. 권 교수는 양적 증산이 답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도 수평적 증산에 무게가 실려 있는데, 필요한 건 수직 축이라는 것이다.

핵심 개념이 '메모리 파운드리'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 칩을 만들면서 그 칩에 맞는 맞춤형 메모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표준 범용 메모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가까워진다. 이 난관을 넘으면 그 자체가 해자가 된다.

마지막 대목이 뼈아팠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글로벌 톱스케일 기업이 됐지만 덩치가 클수록 변화에 둔해진다. 지금 필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기민함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 나온 지금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배경은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정리 글을 참고하면 된다.

분명히 해둔다. 위 내용은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점유율·기술 격차 수치는 조사기관 추정치라 기관마다 다르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버튼1|중국 반도체 현장, 원본 인터뷰 다시 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WtRnV4r1fb8]


핵심 요약

  • HBM 하나에 D램 유닛이 3~6개 들어간다. HBM을 많이 만들수록 범용 D램 공급이 줄어 값이 폭등했다.
  • 1년 새 D램 가격이 8배로 뛰면서 애플조차 미국 정부에 중국산 CXMT 메모리 구매 승인을 요청했다.
  • 중국은 휴머노이드 학습 데이터를 사람 손으로 찍어낸다. 한 공장에 300~400명, 그런 공장이 열 곳이 넘는다.
  • 배터리에서 한국 3사는 5~6년 만에 역전당했다. CATL·BYD 합산 54.6%, 한국 3사 15.6%다.
  • 중국은 HBM이 아니라 범용 D램부터 먹고 올라온다. 답은 증산이 아니라 맞춤형 메모리 파운드리다.

자주하는질문(FAQ)

Q1. HBM이 잘 팔리는데 왜 D램 값이 오르나?

A1. HBM은 D램을 쌓아 만들고 같은 라인을 쓴다. HBM 하나에 D램 유닛이 3~6개 필요해 HBM 생산이 늘수록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든다.

Q2. 애플이 중국산 D램을 실제로 쓸 수 있나?

A2. 아직 불확실하다. CXMT는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고, 승인돼도 중국 내수 수요 때문에 중국이 팔지 여부가 남는다.

Q3. CXMT는 삼성·SK하이닉스를 위협하나?

A3. 당장 HBM에서는 어렵다. 다만 범용 D램 점유율이 4.7%에서 7.6%로 뛰었고,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마이크론 추월 전망이 나온다.

Q4. 왜 배터리 사례가 반도체 경고가 되나?

A4. 저부가로 얕본 LFP가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타고 시장을 삼켰다. 범용 D램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Q5. 메모리 파운드리가 무엇인가?

A5. AI 기업이 자체 칩에 맞춘 메모리를 주문하면 그 사양대로 설계·생산해주는 방식이다. 표준 범용에서 맞춤형 다품종 소량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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